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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안티고네

  (스포일러 주의)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의 복수를 다루는 내용이다. 인기 요소로는 권선징악이라는 흥부놀부 전에서 한 발자국도 발전하지 않은 단면적인 인물 설정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부자는 사악하고 가난한 자는 선하다는 계급주의 논리가 들어간다. 여기에 미성년자 폭력에 관대한 국내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 있고, 부자가 망해가는 모습에 기뻐하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에 열광하는 방구석 1열의 관객들이 있다. 어찌 보면 미 대선과 맞물려 개봉 취소까지 된 영화 <더 헌트(2020)>의 설정처럼 부자가 가난한 자를 재미로 핍박(사냥) 하는 설정은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더 헌트>와 같은 정치적 은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에게 영구 화상을 입힌 가해자들을 찾아 함무라비 식의 사적 징벌하는 계획과 실천이다. 그 점은 오히려 영화 <킬 빌(2003)>이나 <존 윅(2014)>의 설정과 유사하다.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그리스 소포클레스의 비극인 <안티고네>를 가지고 와 법과 도덕의 대립의 예시를 가져왔다. <안티고네>는 외숙부 크레온이 오빠의 시신의 매립을 법으로 막자 이를 어기고 그의 시체를 매장하고 자살하는 내용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매장의 의미가 영원한 안식을 위한 필수라는 점을 상기하면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고 법을 어기는 것을 의미한다. 헤겔은 인륜성이라는 개념을 가져와 도덕과 실정법을 화해시키려고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어떤 인륜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심연과 같은 주인공의 르상티망(원한)이 보인다.

아직 시즌 2가 개봉되지 않아 결말을 알 순 없지만, 이 시점에서 섣불리 <더 글로리>의 감상평을 안티고네에 대한 평가를 통해 대신한다. 슬라보예 지젝은 안티고네가 광기의 주체, 괴물의 윤리학을 구현하는 안티 하버마스라고 주장한다. 주인공은 화상을 통해 외상(트라우마)를 가진 괴물이 되었고, 상처를 긁을 때마다 상징계에서 실재계의 섬광을 맞이한다. 주인공의 주이상스(Jouissance, 향락)는 피해지인 나(극 중에서 죽음 충동을 몇 번 보여준 바 있다) 또는 가해자의 죽음(드라마의 첫 장면에서의 살해)일 텐데, 그녀의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이며 복수의 공정이 상당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여전히 주이상스가 거세된 채로 상징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참고문헌 :

헤겔 - 정신의 체계, 자유와 이성의 날개를 활짝 펼치다(김준수)

라캉의 주이상스(조현준)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 #글로리 #안티고네 #샤덴프로이데 #르상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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